간디칼럼


[교사칼럼] 단무지 꿈

684a0edd613bb.jpeg 

단무지의 꿈?

이정상

살다 보면 잊고 지내는 것도 많고 또 우연히 찾아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쪽지 한 장을 받아서 오래된 책 사이에 넣어 보려고 책을 펼쳤더니, 더 오래된 네 잎 클로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교차하면서 버텨내고 또 잊히면서 살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난... '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를 곱씹게 된다. 머리가 굵어졌다고 믿었던 그날로부터 지금까지 징허게도 오래도록 곱씹었건만 그 말은 아직도 삼켜지지 않았다. 그저 한참을 방황하고 또 객기로 찾아 헤매다가 겨우 찾아낸 가락 하나로 방향을 잡아 몇 년 동안 신나게 가다 보면 또 언제고 부메랑처럼 어김없이 되돌아오는 그 말에 다시 전혀 없던 일처럼 흔들리고 그렇게 맨몸으로 내 길을 찾아서 발버둥 치는 뻔한 날들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살아왔건만, 여전히 나는 아는 것도 변한 것도 하나 없다, 그래, 그건 욕심이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이 나이쯤 되면 무엇인가 저절로 알아지는 것들이 있고, 또 그렇게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어른이 되어있을 줄로만 알았던 건데..그런건 턱도없는 바램이었음을 이제야 인정하게 되는 것...같다.

知天命! 그런 건 서너 번을 더 살아도 내겐 어려운 일이었음을 이젠 인정하고, 나는 그저 지금의 나로 만족하고 또 그저 현재를 살아가려고 하는데~ㅋ


2026.05.08. 13:54 막 시작한 오월의 하늘이 청량하게 푸르던 날이었다. 점심시간에 약을 받으려고 수산으로 향하는데, 창문을 열고 노래와 함께 달리던 차가 오르막을 딱 올라서자 바로 눈앞에 너무도 또렷하게 우뚝 선 적란운에 놀라서 탄성을 막! 지르려던 바로 그 순간? 노래는 딱 멈췄고, 패널에는 익숙한 이름이 그려졌다. 반가움에 버튼을 누르자 크게 틀어진 스피커에선 푸르름이 한껏 번져있는 청춘의 생기있는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쌤! 지금 여긴 날씨가 너무 좋아서 제가 기분이 좋은데요. 갑자기 쌤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요~^^" 너무 고마웠다. 너무도~^^v

 

"나는 뭘까?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돌아보니 살아온 날의 절반이 넘도록 나는 이 모습으로 살았다. 그런데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고 여전히 그 모습에 대해 고민만 많은 난? 역시 어설픈 놈이란 사실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젠 조금 달라진 것도 있긴 하다. 그건 타력(他力)! 그동안은 오롯이 나 혼자서만 고민하고 또 해결해야 할 것만 같았던 그 질문에 이제는 같이 응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사실 젊어서부터 F-단무지였던 나는 유연함은 1도 없이 직진만을 불사했던 탓에 매번 아니 작게는 매년? 가을만 되면 반복되는 그 질문에  몸서리 쳤고, 이제는 현저히 떨어져버린 체력만큼 커져버린 그 질문의 무게에 자칫 삐끗하면 허무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았던 것도 사실인데... 난 가을 많이 당황하고 있던 나에게 트리플릿(셋이단음표)처럼 찾아와준 인연들을 통해서 나는 지금까지 내 삶을 관통하고 있던 질문과 패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유레카! 덕분에 나는 이제 조금은? 쬐끔 덜 허둥대고 또 많이 아등바등하지 않으려는 마음만큼은 조금 갖게 된 것 같다. 모두 덕분이다. 여전히 많이도 부족하지만, 선뜻 다가와서 친구가 되어주는 당신들이 있어서.. 나는 이곳이 너무도 고맙다.

 

Episode 1,  2025,10,27

感懷 (감회)

스무살! 이제 그들은 스무살이다~^^

그리고 일병! 그들은 지금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백골부대 GP에 있다고 했다.

“야! 근데 이건 너무 하잖아 임마~ㅋ”

“일병 휴가는 초단위로 나눠써야 되는거 아니냐?”라고 했더니, “쌤이 보고싶었어요!”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래서 그저 고마웠다. 그렇게 술 한잔에 지난날을 추억하면서 웃었고, 앞날을 그리면서 또 웃었다. 그래서 덕분에 나의 시간도 조금은 정리되었고 그들을 통해 막연한 내일을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낯선 내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나라고 매 순간이 능동적이고 긍정적이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그럼에도..덕분에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고맙다~^^v 

 

Episode 2, 2025, 11,14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약간은 생각이 많았던 날들이었는데...

뜬금없는 전화와 방문에 고마워서 가슴이 촉촉해졌다. 그런데 그건 눈물이 아니라... 휘발유였다~ㅋ 가끔은 우연인 듯 거짓말 같은 일들이 내 앞에서 일어나곤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거 기억하세요? 쌤이 저한테 해줬던 말을 통해서 저도 그려지는 모습들이 있었어요. 저한테는 그게 좋아 보였거든요~^^”

고맙게도 나를 긍정해주는 그는 13년 전 그날을 어제처럼 기억하면서 웃어주었다.

“지금 이 친구들은 쌤의 아들들이 아니라! 제 후배들이라서 그런 거예요~ㅋ”

충주로 출장을 오면서 만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저 고마웠다. 추억하면서 건배를 하고, 앞날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 즐겁고 고마웠다. 그래서 덕분에 내가 25년 전에 생각했던 그것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인가? 를 다시 한번 더 곱씹게 되었다.

"저는 졸업을 해도 다시 만나게 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습니다." 그게 내 꿈이었던건데, 고맙게도 그들은 이제 아들의 인생 선배가 되어 내가 미흡해서 미처 못하는 것들을 대신해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저 너무 고마웠다. 그래, 나는 단지 다른 것을 의미로 살았던 건데~ㅋ

이 가을 생각이 많았던 나는... 이곳을 찾아준 친구들 덕분에 그런 부질없는 생각들을 가을 낙엽 태우듯 불사르는게 가능했고, 그 향은 오래전 그때처럼  참 그윽하고 좋았다.

딴생각이 많았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 같다. 그래서 이제부턴 그런 내 모습을 인정하고 또 그런 나를 믿고 긍정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결국 내가 그토록 원하던 그 자연스러운 내 모습일 거라고 믿고 그냥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 뜻깊은 가을밤이었다~^^v

 

Episode 3, 2025.11.20

나는 뭔가? 나는 누구인가?로 조금은 흔들리는 날들이 길었다.

가을을 타는 것이라고... 그럴수도... 그런데 왜? 젊어서부터 비슷했던 것 같은데... 그때는 그냥 낭만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버거워졌다. 그런데 지난날에 쓰여진 오래된 일기들을 보게 되면서 공교롭게도 매년 같은 날에 쓰여진 그것들의 내용이 같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질문들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내 모습으로 나의 길을 가려는 나만의 몸부림인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타력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모습은 이렇다~ㅋ


1. 선생님

내게는 지금도 가끔 전화를 주시는 선생님이 계신다.

약주를 하시는 김에 전화를 주시는 상황이라 정겹다. 라임이 딱 맞아서 기분이 좋군~ㅋ

먼저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어주시고, 30년 전 농구를 하던, 그리고 산 다니던 내 모습을 긍정해주시고, 인사와 함께 한마디를 건네주신다.

오늘은 마음을 너무 높이 먹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아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연락을 주셨던 그날부터 13년 동안 변함없이 한결같은 톤으로 말씀해주시는 교수님이 계셔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교수님을 통해 오늘은 下心 을 생각합니다.

ps. 국내 몇 없는 코노돈트를 주제로 연구해오셨는데 오늘 프로젝트를 부탁받으셨다고 했다. 참 외로운 길이었는데 기분이 좋으시다는 말씀에서 견뎌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2. 학생님

내게는 지금도 가끔 전화를 주는 학생이 있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술 먹고 먼저 전화를 한다. 이건 좀 욕심을 부려서 억지스럽지만 재밌네~ㅋ

그는 지금도 17년 전, 고1 여고생 때의 목소리 톤으로 꺄르르~ 하고 웃으면서 내 말에 과하게 긍정적으로 반응을 해준다. 내가 처음 쓰러졌을 때 내 수업을 듣고 있었던 학생이었다. 그리고 2년 뒤 내가 이곳으로 올 때 내게 문자를 줬다.

 "쌤이 말해줬던 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봤어요. 그런데 쌤 생각이 났어요. 고맙습니다." 라는 문자였다.

 그리고 7년쯤 뒤에 자봉선생님으로 이곳을 찾아와서 다시 재회했을 때 그는 말했다. "우리 지금 거의 10년 만에 다시 만나는 건데, 꼭 어제 수업을 듣고 오늘 다시 듣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는 다음 해에 임용이 되었고 선생님이 되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선생을 그만둘 때에도 그 고민을 내게 말해줬다.

내겐 이렇게 고마운 인연들이 있다. 비록 내가 살갑지 못해서 먼저 하는 표현이 약하고, 또 지금 상황이 . 하지만, 깊은 곳에서 그 모든 분들이 제게 주셨던 고마움과 그 숨결까지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꼭! 꼭 다시 전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비슷하게 웃으면서 함께하는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ps. 오래된 학생님이 얼마 전 다큐를 하나 봤는데 나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소개를 해줬다. 그래서 아들의 도움을 받아 보게 되었다.

 “세상에 노래는 많아. 그 노래 중에 너에게 맞는 노래가 있을 거야. 그걸 찾아서 부르면 그게 바로 네 노래가 되는 거야.”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중)

그 영상은 내게 남은 그 영화만큼 내 안에서 오래도록 남게 될 것 같다. 그래, 고맙다~^^v

 

2026,05,16


“삼촌! 우리 함 봐야죠~ㅋ 곧 찾아 뵙겠습니다!”

그 말 덕분에 나는 아들과 상대편이 되어서 진심으로 열심히 한판 뛸 수 있었다. 너무도 고맙습니다. 당신들 덕분에 저는 14년 전에 당신들과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228dc85709c83.jpg


'반드시 나는 꼭 거짓말쟁이가 될 거다!'

"쌤, 어디가 아프다는 거예요? 말짱한데요?“

”에이~쌤! 거짓말이셨고만~ㅋㅋ 같이 농구나 해요~^^ㅋ"

"야야! 그서 내가 말혔잖여! 말이 씨가 되는 벱이라고~ 내가 그렇게 말 혔냐? 안혔냐?^^v“

”자! 화이팅 하고 한판 뛰자~ 화이팅^^v“